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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6-06-13 · 창업 · 17분

이제 만들기는 쉬워졌습니다, 문제는 알리기입니다

AI 덕분에 만드는 일은 누구나 할 수 있게 됐습니다. 그런데 만들고 나면 더 큰 벽이 나타납니다. 사람들에게 가닿는 일입니다. 만드는 능력과 알리는 능력이 왜 다른지, 더 좋은 제품이 늘 이기지는 않는 이유는 무엇인지, 그리고 혼자라면 알리기를 어떻게 시작할지 짚어봅니다.

바이브코딩 덕분에 무언가를 만드는 일은 놀랍도록 쉬워졌습니다. 예전 같으면 개발자를 구하고 몇 달을 들여야 했을 것을, 이제는 아이디어가 또렷하다면 며칠 만에 동작하는 형태로 만들어볼 수 있습니다. 그런데 막상 만들고 나면 많은 사람이 두 번째 벽 앞에서 멈춥니다. 만들기는 했는데, 아무도 모른다는 것입니다.

여기에 흔한 착각이 하나 있습니다. 좋은 것을 만들면 사람들이 알아서 찾아올 거라는 믿음입니다. 현실은 그렇지 않습니다. 만드는 일과 그것을 세상에 알리는 일은 전혀 다른 능력이고, 둘 다 필요합니다. 여기서는 왜 그런지, 그리고 만드는 사람이 알리기를 어떻게 시작하면 좋을지 짚어보겠습니다.

만들면 알아서 찾아올 거라는 착각

만들면 알아서 사람들이 온다는 생각은 오래된 환상입니다. 영어권에는 그것을 만들면 그들이 올 것이다라는 표현이 있는데, 창업의 세계에서 이 말은 거의 틀린 조언으로 통합니다. 세상에는 잘 만들어졌지만 아무도 모르는 채 사라진 것이 훨씬 많습니다.

특히 지금은 이 환상이 더 위험합니다. 만드는 비용이 거의 0에 가까워지면서, 누구나 비슷한 것을 만들 수 있게 됐기 때문입니다. 모두가 만들 수 있다면, 잘 만든다는 것 하나만으로는 더 이상 두드러지지 못합니다. 희소했던 능력이 흔해지면, 가치는 자연스럽게 다른 곳으로 옮겨갑니다. 바로 만든 것을 사람들에게 가닿게 하는 능력입니다.

만드는 비용
높음 (개발자·시간 필요)거의 0 (AI가 대신)
희소한 능력
잘 만드는 것잘 알리는 것
경쟁의 무게중심
기술과 완성도유통과 첫 사용자

무엇이 흔해지고 무엇이 귀해졌나

만드는 일과 알리는 일은 다른 능력입니다

만드는 데 익숙한 사람일수록, 알리는 일을 가볍게 보기 쉽습니다. 좋은 것을 만들었으니 알리는 건 따라오겠지 생각하는 것이죠. 하지만 이 둘은 쓰는 근육이 다릅니다. 조용히 집중해 문제를 푸는 일과, 밖으로 나가 사람을 설득하고 관계를 맺는 일은 서로 다른 기질과 훈련을 요구합니다.

그래서 오래전부터 좋은 창업 팀의 기본형은 둘이었습니다. 만드는 사람과 파는 사람입니다. 와이콤비네이터를 이끌었던 샘 올트먼은 스타트업 안내서에서 이렇게 정리했습니다. 기술 스타트업에는 제품이나 서비스를 만들 수 있는 창업자가 최소 한 명, 그리고 영업과 사용자 대화에 능하거나 능해질 수 있는 창업자가 최소 한 명 필요하다고요.

비슷한 통념이 여럿 있습니다. 흔히 해커와 허슬러라고 부르는 조합입니다. 광고 회사의 레이 이나모토는 2012년 한 강연에서 효율적인 팀에는 세 사람이면 된다고 했습니다. 디자인을 맡는 힙스터, 만드는 일을 맡는 해커, 그리고 영업과 성장을 맡는 허슬러입니다. 사람들이 이 셋을 흔히 만드는 사람과 알리는 사람 둘로 줄여 부르는 것도 같은 맥락입니다.

만드는 사람이 잘하는 것
  • 문제를 풀어 동작하게 만들기
  • 완성도와 품질을 높이기
  • 조용히 깊게 파고들기
  • 무엇이 가능한지 알기
알리는 사람이 잘하는 것
  • 사람들이 모인 곳을 찾기
  • 한 문장으로 설득하기
  • 밖으로 나가 관계 맺기
  • 무엇을 원하는지 듣기

더 좋은 제품이 항상 이기지는 않습니다

만드는 능력만 믿기 어려운 결정적인 이유가 있습니다. 더 잘 만든 쪽이 늘 이기는 것은 아니기 때문입니다. 투자자이자 사상가인 피터 틸은 책 제로 투 원에서 이 점을 단호하게 짚었습니다.

뛰어난 영업과 유통은 그 자체만으로 독점을 만들어낼 수 있다. 제품에 아무런 차별점이 없어도 그렇다. 그러나 그 반대는 성립하지 않는다. (피터 틸, 제로 투 원)

역사에는 이를 보여주는 사례가 많습니다. 비디오테이프 규격 전쟁이 자주 인용됩니다. 흔히 기술적으로 뛰어났던 베타맥스가 마케팅에서 밀려 졌다고들 하지만, 사실관계는 조금 다릅니다. 정작 소비자가 중요하게 여긴 녹화 시간에서는 VHS가 앞섰고, JVC가 VHS 특허를 여러 제조사에 개방해 값싼 기기와 빌려 볼 수 있는 영화 생태계를 빠르게 키운 것이 승부를 갈랐습니다. 더 나은 스펙이 아니라, 더 넓은 유통이 이긴 것입니다.

개인용 컴퓨터 시장도 비슷합니다. 사용 경험에서 앞섰다고 평가받던 매킨토시 대신, 여러 제조사에 폭넓게 공급된 윈도우가 시장을 가져갔습니다. 벤처투자자 마크 안드레센은 투자를 거절하는 가장 흔한 이유로, 제품에만 매달린 채 어떻게 알릴지에 대한 전략이 없는 경우를 꼽은 것으로 전해집니다. 훌륭한 것을 만들고도 그것을 어떻게 사람들에게 가닿게 할지는 통째로 비워두는 창업자가 그만큼 많다는 뜻입니다.

그렇다고 알리기만으로 되는 것도 아닙니다

여기서 반대쪽 함정을 짚고 가야 합니다. 유통이 중요하다는 말이, 대충 만들고 마케팅만 잘하면 된다는 뜻은 결코 아닙니다. 사람들이 진짜 원하지 않는 것은 아무리 잘 알려도 결국 떠나갑니다. 요란하게 알려 한 번은 쓰게 만들 수 있어도, 두 번째는 없습니다.

같은 마크 안드레센은 다른 글에서 정반대 방향의 진실도 강조했습니다. 가장 중요한 것은 제품이 시장에 맞아떨어지는 순간이며, 좋은 팀이 나쁜 시장을 만나면 시장이 이기고, 나쁜 팀이 좋은 시장을 만나도 시장이 이긴다고요. 사람들이 정말 원하는 것을 만들었다면, 그 좋은 시장이 오히려 제품을 끌어당긴다는 것입니다. 피터 틸 역시 만들 줄만 알고 팔 줄 모르는 태도를 비판한 것이지, 팔기만 하면 된다고 한 것이 아닙니다.

정리하면 이렇습니다. 만들기와 알리기는 어느 한쪽이 다른 쪽을 대신할 수 없습니다. 둘 다 갖춰야 합니다. 실리콘밸리의 투자자 앤드루 첸은 스타트업의 99퍼센트가 바탕 기술로는 차별화되지 않는다고 말하면서도, 좋은 유통 전략과 좋은 제품 둘 다에 대한 생각을 동시에 가져야 한다고 강조했습니다.

AI 시대에 균형추가 옮겨가고 있습니다

둘 다 필요하다는 원칙은 그대로지만, 무게추는 분명히 한쪽으로 기울고 있습니다. 만드는 비용이 떨어질수록, 상대적으로 알리는 능력이 더 귀해지기 때문입니다. 비슷한 제품이 쏟아지는 시장에서는, 먼저 사람들에게 가닿아 자리를 잡은 쪽이 유리해집니다.

벤처캐피털 a16z의 한 글은 지금의 AI 제품 경쟁을 이렇게 요약합니다. 가장 먼저 만들고, 가장 빨리 다듬고, 가장 잘 퍼뜨리는 쪽이 이긴다고요. 만드는 것은 이제 출발선일 뿐, 퍼뜨리는 능력이 승부를 가른다는 이야기입니다. 투자자 나발 라비칸트가 말한, 코드와 미디어는 누구의 허락도 필요 없는 레버리지라는 표현도 같은 곳을 가리킵니다. 코드를 짜는 일과 글이나 영상으로 알리는 일 모두, 내가 자는 동안에도 나를 위해 일하는 지렛대라는 뜻입니다.

그래서 AI가 1인 창업의 시대를 연다는 이야기도 나옵니다. 샘 올트먼은 2024년, AI 없이는 상상도 못 했을 한 사람짜리 10억 달러 회사가 곧 나올 거라는 내기가 동료들 사이에 돈다고 전했습니다. 다만 같은 자리에서 여러 전문가가 단서를 답니다. AI는 손이 빨라지게 해주지만, 누구에게 어떻게 가닿을지를 판단하고 사람을 설득하는 일까지 대신해주지는 못한다는 것입니다.

그래서 둘이 함께하면 강합니다

결국 가장 단단한 조합은 변하지 않았습니다. 잘 만드는 사람과 잘 알리는 사람이 짝을 이루는 것입니다. 한 사람이 제품을 다듬는 동안 다른 한 사람이 사람들이 모인 곳을 찾아 가닿고, 거기서 들은 반응을 다시 제품으로 가져오는 순환이 돌기 시작하면, 혼자서는 내기 힘든 속도가 납니다.

이건 새로운 이야기가 아닙니다. 폴 그레이엄은 스타트업을 죽이는 실수들을 정리하면서, 첫 번째로 혼자 창업하는 것을 꼽았습니다. 성공한 스타트업 중에 한 사람이 세운 곳이 얼마나 드문지 보라면서, 스타트업을 시작하는 일은 한 사람이 감당하기엔 너무 어렵다고 했습니다. 힘든 순간에 서로를 붙잡아줄 동료가 필요하다는 것입니다.

  1. 1
    만든다
    한 사람이 제품을 다듬습니다
  2. 2
    알린다
    다른 사람이 사람들에게 가닿습니다
  3. 3
    듣는다
    거기서 진짜 반응을 가져옵니다
  4. 4
    고친다
    그 반응으로 다시 제품을 다듬습니다

혼자라면, 알리기를 미루지 마세요

그렇다고 모두가 당장 공동창업자를 구할 수 있는 건 아닙니다. 대부분은 혼자 시작합니다. 그렇다면 핵심은 하나입니다. 만드는 모자와 알리는 모자를 둘 다 의식적으로 써야 한다는 것입니다. 알리기는 다 만든 뒤에 하는 마지막 일이 아니라, 만드는 내내 함께 가야 하는 일입니다.

  • 다 만들고 알리지 말고, 만드는 과정을 공개하세요. 무엇을 왜 만드는지 기록을 남기면, 완성 전에 이미 관심을 가진 사람이 생깁니다.
  • 거대한 채널부터 노리지 말고, 그 문제를 겪는 사람들이 이미 모인 작은 커뮤니티 한 곳부터 찾아가세요.
  • 제품 안에 알리기를 심으세요. 쓰다 보면 자연스럽게 남에게 보여주거나 초대하게 되는 장치가 가장 싼 유통입니다.
  • 한 문장으로 설명하는 연습을 하세요. 누구에게 무엇이 좋은지 한 줄로 말하지 못하면, 사람들도 남에게 옮기지 못합니다.

만드는 일에 익숙한 사람에게 알리기는 어색하고 부담스러운 일입니다. 하지만 잘 만든 것을 아무도 모르는 채 묻어두는 것이야말로 가장 아까운 일입니다. 작게라도 오늘 알리기를 시작하는 편이, 완벽해진 다음에 알리겠다고 미루는 것보다 늘 낫습니다.

AI와 함께 알리기 계획 세우기

무엇을 알릴지는 알겠는데 어디서부터 손대야 할지 막막하다면, AI를 알리기 코치로 쓸 수 있습니다. 핵심은 제품을 더 만들라고 하지 못하게 막고, 지금 있는 것을 어떻게 가닿게 할지에만 집중하게 하는 것입니다. 아래 프롬프트를 채팅창에 붙여넣고 마지막에 내 상황을 덧붙여 시작하세요.

당신은 제품을 알리고 첫 사용자를 모으는 일을 돕는 노련한 마케팅
코치입니다. 저는 무언가를 만들었거나 만드는 중인데, 어떻게 알리고
사람들에게 가닿을지 막막합니다. 제품을 더 만들라고 하지 말고, 지금
있는 것을 어떻게 알릴지에만 집중해 주세요.

[규칙]
1. 한 번에 하나씩만 질문하세요. 제 답을 듣고 다음으로 넘어갑니다.
2. 큰 광고나 예산이 필요한 방법 말고, 혼자서 오늘부터 할 수 있는
   방법 위주로 제안해 주세요.
3. 막연하게 "SNS를 하세요" 같은 조언 대신, 어디에 무엇을 어떻게
   올릴지 구체적으로 짚어 주세요.

[1단계: 파악] 아래를 한 번에 하나씩 차례로 물어 주세요.
- 무엇을 만들었고, 누구에게 무엇이 좋은지 한 문장으로요.
- 그걸 가장 필요로 할 사람은 평소 어디에 모여 있나요?
  (커뮤니티, 사이트, 단톡방, 모임 등)
- 그 사람들은 지금 이 문제를 어떻게 해결하고 있나요?
- 제가 이미 가닿을 수 있는 사람(지인, 팔로워, 모임)이 있나요?

[2단계: 정리] 파악이 끝나면 아래를 정리해 주세요.
- 가장 먼저 가닿을 단 하나의 청중
- 그들이 모여 있는 구체적인 장소 세 곳
- 그곳에서 시도해볼 첫 행동 (어떤 글을, 어디에, 어떤 식으로)
- 일주일 안에 해볼 수 있는 작은 실험 한 가지
- 무엇을 보고 효과가 있는지 판단할지

[3단계] 위 계획에서 가장 효과가 빠를 것 같은 한 가지를 골라,
이번 주에 그것 하나부터 하라고 짚어 주세요.

준비됐으면 한 번에 하나씩 질문하며 첫 질문부터 시작해 주세요.
제가 만든 것은 다음과 같습니다: (여기에 한두 줄로 적기)

이렇게 시작하면 AI가 무턱대고 마케팅 채널을 나열하는 대신, 누구에게 무엇이 좋은지부터 하나씩 물어옵니다. 그 답을 따라가다 보면, 막연하던 알리기가 이번 주에 어디서 무엇부터 한다는 구체적인 첫걸음으로 좁혀집니다.

정리하며

AI는 만드는 일을 누구나 할 수 있게 만들었습니다. 그래서 역설적으로, 잘 만드는 것만으로는 더 이상 충분하지 않은 시대가 됐습니다. 만드는 능력과 알리는 능력은 다른 근육이고, 더 좋은 제품이 늘 이기는 것도 아니며, 둘 다 갖춰야 비로소 무언가가 사람들에게 가닿습니다.

가장 단단한 형태는 잘 만드는 사람과 잘 알리는 사람이 함께하는 것입니다. 하지만 혼자라도 괜찮습니다. 알리기를 다 만든 뒤로 미루지 않고, 만드는 내내 함께 가져간다면 말입니다. 잘 만든 것을 아무도 모르게 두지 마세요. 만드는 일에 쏟은 정성의 절반만이라도, 가닿게 하는 일에 쏟아보시길 바랍니다.

참고한 글

  • 샘 올트먼 - 만드는 창업자와 파는 창업자가 최소 한 명씩 필요하다 (YC Startup Playbook, 2015)
  • 피터 틸 - 뛰어난 유통은 그 자체로 독점을 만든다 (Zero to One, 2014)
  • 마크 안드레센 - 중요한 것은 제품이 시장에 맞아떨어지는 것이다 (The pmarca Guide to Startups, 2007)
  • 나발 라비칸트 - 코드와 미디어는 허락이 필요 없는 레버리지다 (X, 2018)
  • 앤드루 첸 - 유통과 제품, 두 가지 이론이 모두 필요하다 (andrewchen.com)
  • 폴 그레이엄 - 혼자 창업하는 것이 첫 번째 실수다 (The 18 Mistakes That Kill Startups, 2006)
  • 레이 이나모토 - 힙스터, 해커, 허슬러 세 사람이면 된다 (SXSW, 2012)
  • 샘 올트먼 - AI가 만들 1인 10억 달러 회사 (Fortune 보도, 2024)
  • a16z - 가장 먼저 만들고 가장 잘 퍼뜨리는 쪽이 이긴다 (Momentum Is the Moa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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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주 바이브코딩 챌린지에서는 매주 직접 과제를 만들고, 실리콘밸리 출신 개발자가 그 코드를 직접 봅니다. 혼자 막히지 않고 첫 결과물까지 갑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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