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제 필요한 것은 사는 게 아니라 만들어 씁니다
예전에는 필요한 도구가 있어도 비슷한 걸 찾아 쓰거나 불편을 참았습니다. 이제는 다릅니다. 코딩을 모르던 사람들이 AI로 자기에게 꼭 맞는 것을 직접 만들어 쓰는 시대가 됐습니다. 세 시간 만에 만든 게임부터 당뇨 아들을 위한 앱까지, 실제로 벌어진 놀라운 사례들을 모았습니다.
필요한 도구가 있는데 딱 맞는 게 없을 때, 우리는 보통 두 가지 중 하나를 택했습니다. 비슷한 것을 찾아 아쉬운 대로 쓰거나, 그냥 불편을 참는 것입니다. 내 상황에 꼭 맞는 것을 직접 만든다는 선택지는 대부분의 사람에게 없었습니다. 코드를 짤 줄 몰랐으니까요.
그런데 이 전제가 무너지고 있습니다. 바이브코딩 덕분에 코딩을 배운 적 없는 사람도 만들고 싶은 것을 말로 설명하면 동작하는 것을 손에 쥘 수 있게 됐습니다. 사 쓰거나 참던 시대에서, 필요하면 직접 만들어 쓰는 시대로 넘어가고 있는 것입니다. 말로만 들으면 막연하니, 실제로 벌어진 일들을 보겠습니다.
사 쓰던 시대에서 만들어 쓰는 시대로
바이브코딩이라는 말은 2025년 초 AI 연구자 안드레이 카파시가 처음 꺼냈습니다. 사람이 코드를 한 줄씩 쓰는 대신, 만들고 싶은 것을 AI에게 자연어로 설명하면 AI가 코드를 만들어내는 방식입니다. 이 방식의 진짜 의미는, 만드는 능력이 더 이상 소수 전문가의 것이 아니게 됐다는 데 있습니다.
필요한 것을 대하는 방식이 바뀌었습니다
세 시간 만에 만든 게임이 화제가 됐습니다
가장 널리 알려진 사례는 피터 레벨스라는 개발자의 비행 시뮬레이터 게임입니다. 그는 게임을 만들어본 경험이 전혀 없었는데, AI 코딩 도구를 써서 브라우저에서 바로 즐기는 3D 비행 게임의 첫 버전을 단 몇 시간 만에 만들었다고 본인이 직접 공개했습니다. 만들고 나서 자신의 SNS에 올리자 일론 머스크가 공유하면서 순식간에 화제가 됐고, 본인 공개에 따르면 광고와 게임 내 결제로 한 달 수익이 수만 달러에 이르렀습니다.
여기서 인상적인 것은 수익 숫자가 아닙니다. 게임 개발이라는, 전통적으로 가장 어렵다고 여겨지던 분야조차 경험 없는 한 사람이 짧은 시간에 동작하는 형태로 만들어냈다는 점입니다. 물론 처음 몇 시간 만에 나온 것은 거친 첫 버전이었고 이후 수없이 다듬었지만, 출발점이 그렇게 가벼웠다는 사실 자체가 예전에는 상상하기 어려운 일이었습니다.
고등학생 두 명이 만든 앱이 인수됐습니다
두 번째 사례는 미국의 고등학생 두 명입니다. 이들은 음식 사진을 찍으면 칼로리와 영양소를 자동으로 기록해주는 앱을 만들었습니다. AI 모델을 활용해 사진 속 음식을 알아보고 계산하는 방식이었습니다. 회사 측 발표에 따르면 출시 8개월 만에 500만 회 넘게 내려받혔고, 앱스토어 평점도 매우 높았으며, 이후 큰 건강 관리 기업에 인수됐습니다.
물론 이들은 코딩을 아예 모르던 사람은 아니었고 수익 수치도 회사 측 주장이라는 점은 감안해야 합니다. 그래도 정식 개발팀도 없이 십 대 두 명이 AI에 상당 부분 기대어 수백만 명이 쓰는 앱을 만들어냈다는 사실은, 만드는 일의 문턱이 얼마나 낮아졌는지를 분명히 보여줍니다.
AI 전문가도 주말에 앱 하나를 뚝딱 만듭니다
세 번째는 바이브코딩이라는 말을 만든 안드레이 카파시 본인의 사례입니다. 그는 AI 분야의 손꼽히는 전문가지만 정작 웹 앱을 만들어본 경험은 거의 없었습니다. 그런 그가 한 행사에서, 식당 메뉴판을 사진으로 찍으면 각 메뉴의 음식 이미지를 AI가 만들어 보여주는 앱을 만들었습니다. 회원가입과 결제, 인터넷 배포까지 갖춘 실제 서비스를, 코드는 거의 전부 AI에게 맡겨서요.
코드를 직접 잘 짜는 사람조차도 익숙하지 않은 영역에서는 AI에 기대어 빠르게 만든다는 것입니다. 만드는 일이 이제 전문성의 문제라기보다, 무엇을 만들지 떠올리고 끈기 있게 다듬는 문제에 가까워졌다는 신호입니다.
거창하지 않아도 됩니다, 내게 필요한 것이면
화제가 된 사례만 보면 나와 먼 이야기 같을 수 있습니다. 하지만 더 흥미로운 것은, 돈을 벌거나 유명해지려는 게 아니라 그저 자기 생활의 불편을 풀려고 만든 작은 것들입니다. 남이 절대 만들어주지 않을, 나만을 위한 도구들입니다.
이 사례들의 공통점은 분명합니다. 어느 것도 시장 조사로 나온 아이디어가 아닙니다. 모두 내가 지금 겪는 불편, 내 가족에게 필요한 것, 내 취미를 더 즐겁게 만드는 것에서 출발했습니다. 세상에 없던 거대한 발명이 아니라, 나에게 꼭 맞는 작은 도구입니다. 그리고 그런 것이야말로 직접 만들 때 가장 빛납니다. 나만큼 그 필요를 정확히 아는 사람은 없으니까요.
왜 지금 이게 가능해졌을까요
예전이라고 이런 욕구가 없었던 것은 아닙니다. 다만 내 손으로 만들기에는 벽이 너무 높았습니다. 프로그래밍 언어를 몇 달에서 몇 년씩 배워야 했고, 그 시간을 쏟고도 동작하는 것을 만들기까지는 또 한참이 걸렸습니다. 그 사이에 대부분은 포기했습니다.
지금은 그 벽이 거의 사라졌습니다. 만들고 싶은 것을 말로 설명하면 AI가 코드를 대신 써주고, 막히면 다시 물어 고쳐나갈 수 있습니다. 열세 살 아이가 일주일 만에 게임을 만들 수 있는 이유가 여기에 있습니다. 이제 필요한 것은 코딩 실력이 아니라, 무엇을 만들지에 대한 또렷함과 끝까지 다듬는 끈기입니다.
무엇부터 만들어 볼까요
그래서 만들기 좋은 첫 대상은 거창한 사업 아이템이 아니라, 바로 내 일상의 작은 불편입니다. 다음 같은 것들을 떠올려 보세요.
- 매번 손으로 반복하는 귀찮은 일. 그것을 대신 해주는 작은 도구를 만들 수 있습니다.
- 쓰고 있는 앱이 어딘가 아쉬운 것. 내게 필요한 기능만 담아 내 버전을 만들 수 있습니다.
- 가족이나 취미를 위한 것. 시장이 작아 아무도 안 만드는 틈새가 오히려 직접 만들기 좋은 자리입니다.
- 기억하거나 계산하기 번거로운 것. 그 계산을 대신해주는 화면 하나가 매일의 수고를 덜어줍니다.
처음부터 남에게 보여줄 만한 것을 만들 필요는 없습니다. 나 혼자 쓰는 것이어도 충분합니다. 직접 만들어 써본 경험 하나가, 다음에 더 큰 것을 만들 자신감과 감각을 남깁니다.
정리하며
필요한 것이 있으면 사거나 참아야 했던 시대가 저물고 있습니다. 이제는 코딩을 몰라도, 내게 꼭 맞는 것을 직접 만들어 쓸 수 있습니다. 세 시간 만에 만든 게임도, 당뇨 아들을 위한 앱도, 열세 살의 3D 게임도 모두 같은 변화를 가리킵니다. 만드는 일이 더 이상 특별한 능력이 아니게 됐다는 것입니다.
거창하게 시작할 필요는 없습니다. 오늘 내가 겪은 가장 작은 불편 하나를 떠올려, 그것을 풀어주는 것을 직접 만들어 보세요. 사 쓰거나 참는 대신 만들어 쓰는 첫 경험이, 생각보다 가까이에 있습니다.
참고한 사례
- 피터 레벨스 - AI로 만든 비행 시뮬레이터 게임 (본인 X 공개, 2025)
- 음식 사진 칼로리 앱 - 고등학생 두 명이 제작 (TechCrunch 보도, 2025)
- 안드레이 카파시 - 메뉴 이미지 생성 앱 (본인 블로그, 2025)
- 탄수화물 계산 앱, 옷차림 추천 앱, 아이 이야기 생성기 등 일상 사례 (Lenny's Newsletter, 2025)
- 열세 살 아이의 3D 게임 (Product Powers 뉴스레터, 2026)